미라클 북클럽의 이번 책은 김상균 교수님의 메타버스2 였다.

 

나도 현재 메타버스 수업을 하고 있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에는 어떤때는 회의적이었다가, 어떤때는 긍정적이었다가 오락가락하는 편이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사전적 설명은 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그래서 메타버스가 게임과 뭐가 다른데? 하고 물어온다면 쉽사리 답할 수가 없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어떤 플랫폼들이 현재 나와있는지를 알려주는 책들은 많았지만, 정말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바꿔놓을까? 주가를 띄우기 위한 기업들의 설레발은 아닐까? 이런식으로 사라져갔던 과거 기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예를 들면 처음 등장할 때는 모든 TV시장을 집어삼킬것만 같다가 지금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3D TV처럼, 메타버스라는 기술도 곧 그렇게 시들해지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속시원하게 답해 줄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정한 책이 이 책이었다.

 

 

미라클 북클럽에서는 한 책을 가지고 3주간 토론한다. 그동안 경험해 본 바, 1달은 너무 길었고, 2주는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3주로 정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책을 꼭꼭 씹어 읽기에 딱 적당한 기간이다.

어제는 이 책의 첫 주간으로, 나는 겨우 50페이지밖에 읽지 못하고 참석했다. 그런데 그 안에서 토론을 나누다 보니 메타버스에 관한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 사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 안에서 정립할 수 있었다.

 

 

 

1. 무료봉사자 VS 소득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심즈라는 게임이 있다. 이 심즈를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요즘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게더타운같은 메타버스 공간이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즈의 매력은 내가 건축가 &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어 실제로는 상상만 해볼 수 있는 멋진 집들을 마음껏 지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매력에 푹 빠져서 당시 함께 모여 게임하던 친구들이 전략시뮬이나 총싸움을 하는 동안 나는 밤이 새도록 심즈에서 집을 짓고 놀았다.

방은 몇개를 만들지, 화장실은 몇개로 할지, 욕조를 놓을지 말지, 집은 2층으로 할지 3층으로 할지.

 

그렇게 집 구조를 결정한 후 벽지와 바닥재를 원하는 취향대로 바꾼다. 벽지와 바닥타일은 현실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도 정말 중요해서 집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일차적인 인테리어를 끝내고 나면 거기에 알맞는 디자인의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배치한다.

쉐비 스타일로 꾸미고 엔틱가구를 놓을 수도 있고, 아니면 모던한 벽지를 발라놓고 무채색의 가구들을 들여놓아 뉴욕의 펜트하우스처럼 꾸밀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미국에서 개발한 심즈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벽지와 바닥타일로는 내가 원하는 그 느낌이 안나는 것이다. 

대충 이런 느낌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인테리어...

 

 

 

특히나 나는 불만이었던 것이, 당시에도 일본의 ZEN스타일이 세련된 것으로 여겨져 일본풍의 벽지와 바닥 아이템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풍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한국적인 스타일로만 꾸며도 결국은 묘하게 일본풍이 났다. 나는 그 점이 늘 마음에 안들었다. 

한국 유저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심즈1의 한국풍 전통 벽지. 한국 스타일 벽지나 아이템은 매우 귀했다.

 

 

 

자연스럽게 심즈를 이용하던 유저들 중 능력자들이 벽지와 바닥타일, 심지어 가구, 가전제품같은 아이템들을 제작하여 인터넷상에 올렸고, 전세계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받으러 들락거렸다. 그런 파일들을 모아놓은 사이트들은 당시에도 엄청난 방문객 수를 자랑했다.

그런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어떤 풍의 벽지를 제작해달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올라왔고 특히 현실 집과 물건에 가깝게 만들어진 아이템, 벽지 들은 굉장한 인기를 자랑했다. 현실느낌이 많이 날수록 인기도 높았다.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게임냄새 풀풀 나는 기본템보다, 유저들이 직접 제작한 현실과 꼭 같은 느낌을 내게 해주는 아이템들에 관심이 많았다.

이케아 소파가 올라왔을 때도 난리가 났었다. 심즈의 기본 쇼파는 너무 가짜같았기 때문이다.

 

대충 이런 느낌. 비주얼적으로만 보자면 현실감이 매우 낮다.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템 디자인 탓이 크다.

 

많은 이용자들이 위와 같은 벽지와 바닥재를 스스로 디자인하여 인터넷에 올렸다. 그리고 그보다 백배는 많은 이용자들이 그런 파일들을 다운로드해서 받아갔다.

 

심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현실을 똑같이 구현해내는 데에 관심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아이템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나중에는 벽지 몇개를 고르기 위해 밤을 새서 사이트들을 뒤져야 했다. 

그래도 내가 만들어내고 싶은 느낌을 구현해내고 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유저들이 창작한 실제와 비슷한 아이템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초기 심즈에서는 사용자들이 구리고 구린 기본 아이템들로부터 최대한 벗어나 이렇게 고급스러운 집을 건설하고자 몸부림을 쳤다.

 

위와 같이 잡지에 나올법한 멋진 집을 디자인한 유저들은 인터넷에 공개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기분과 다른 유저들의 부러움, 그것이 끝이었다.

 

유저들의 스킬은 점점 더 발전하여 거의 건축 공모전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수면 아래 잠겨있는 모던 하우스. 최근의 심즈로는 이렇게까지 구현이 가능하다. 점점 더 현실감을 더해가고 있다.

 

 

심즈4로 구현한 우리나라 시골 할머니집 인테리어

 

 

심즈를 보며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아주 그럴듯하게 가상공간에 구현해 내는 것을 매우 즐긴다 (이는 심즈 뿐만 아니라 훨씬 이전에 유행했던 심시티를 봐도 알 수 있다)

2. 가상공간이 현실과 흡사할수록 열광한다.

 

특히 1번은, 저때 거의 모든 유저들은 밤을 새워 손수 제작한 아이템을 올려도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무료로 다운받아갔고 나중에는 원작자가 누군지도 모르게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런데도 헤비 업로더(꾸준히 많은 자료를 올리는 사람들)들은 자신들이 제작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는데도, 돈이 주어지지 않는데도 열심히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공짜로 받아가 즐겼다.

이런 부분은 웹 2.0의 특징과 맞닿아있다. (인터넷의 발전 단계 중 공유가 기본이며, 데이터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 통념인 단계. 데이터의 소유권을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

 

그런데 이제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처음 유튜브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비법, 레시피를 인터넷에 아낌없이 공개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잖이 충격을 받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는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레시피는 본인들의 보물과 같은 것이었고 돈을 받고 넘겨줄지언정 공짜로 세상에 공개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어떤 특수한 취미, 공예, 기술, 이론들을 보유한 강사, 장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튜브가 그 모든 것을 '공유'라는 운동장 위에 올려놓았다. 유튜브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용자에게는 무료이다(유튜브 구독료를 제외하고).

 

그동안 전세계가 타인의 귀한 비법, 자료, 스킬, 경험들을 공짜로 즐겼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든 세상은 정반합의 원리에 의해 굴러간다. 지식 공유의 시대가 한바탕 몰아치고 지나가자, 이제 다시 유료 강의 플랫폼들이 떠오르고 있다. 클래스 101, 숨고, 꾸그, 타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정당하게 돈을 내고 이용하는 흐름이 다시 슬며시 온 것이다. 공짜의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블록체인이 등장하며 다가온 웹 3.0의 시대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덕분에 인터넷상의 많은 자료들에 고유값을 쉽게 매길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NFT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심즈를 예로 든다면, 내가 만든 벽지를 NFT화 하여 이것을 구매한 사람만 사용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밤새워 만든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고 다운로드 수가 몇천 몇만을 찍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하거나 내가 만든거라고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정도가 보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블록체인과 NFT 덕분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무료봉사이자 재능기부였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대가를 전세계 누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로 스토어를 개설하고 사업자를 내고 어쩌고 하는 복잡한 과정이 없이도 말이다.

 

그래서 NFT가 창작자들에게 유토피아를 맞이하게 해줄 거라고도 한다. 

 

벌써 메타버스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판매하여 월 천만원을 번다는 중고등학생들도 미디어에서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곧 보편화될 것이다. 그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인터넷이 초기에 전세계에 광풍을 불러왔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메타버스는 다른 수식어를 다 떼고 가장 짧게 표현한다면 '가상공간'인데, 사람들은 갈수록 세련되고 더 현실감있는 가상공간을 원할 것이고, 초창기인 지금이야 뚝딱거리는 그래픽들을 보며 이게 무슨 가상공간...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초기 인터넷을 생각해보면 된다. 초기 인터넷 화면은 이랬다.

 

 

지금의 인터넷은 어떤가? 최근에 저런 디자인의 화면을 본 적이 있다면 아마 누군가 15년전 쯤에 만들어놓고 관리하는 것을 잊었거나 포기한 유적지와 같은 사이트일 것이다. 메타버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라고 불리우는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눈에 차지 않겠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메타버 비즈니스 모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게더타운. 마치 90년대에 하던 게임과 같은 화면이다.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코스페이시스는 그나마 나은편이나 이게 현실을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아직은 우스운 수준이다.

 

초기 기술은 언제나 허접하고 우스워보인다. 이게 그렇게 세상을 바꿀거라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컴퓨터 사양과 통신망(5G를 넘어선 6G가 또 나오겠지?)이 업그레이드 되면, 훨씬 실제와 비슷한 메타버스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현재 50년전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던 옷과 음식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세상에 살고 있듯이, 

지금의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메타버스 세상 안에서 하루의 상당시간을 거주하는 세상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상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다음 편에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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